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계절이다. 그로 인해 몸과 마음이 지치기 십상이다. 그러다 보니 무더위를 날려보낼 수 있는 시원한 곳은 각지에서 몰려온 사람들로 북적이기 마련이다. 무더운 여름을 위한 휴가지로는 뭐니 뭐니 해도 탁 트인 바닷가가 제격일 것이다.


그런데 바다에는 우리가 잘 모르는 한 가지 무서운 규칙이 있다. 이름하여 ‘이안류(離岸流)’라는 해류의 규칙이다. 언론을 통해 종종 해안가에 있던 사람이 파도에 휩쓸려 실종되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 비극이 일어나는 이유는 해안가에서 바다 쪽으로 빠르게 휩쓸려가는 이안류 때문이다.


파도는 대개 바다에서 해안가로 밀려오지만 이안류는 해안가에서 바다 쪽으로 급하게 흘러나간다. 그래서 ‘역파도’라고도 불린다. 우리나라에서 이안류가 자주 일어나는 장소로는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을 꼽을 수 있다. 최근 3년 동안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200여 명이 이안류에 휩쓸렸다가 구조됐고, 미국에서는 1년에 200명에 가까운 사람이 이안류에 휩쓸려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이안류가 발생하는 해안가는 뭍에 사는 인간에게는 매우 위험한 자연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만약 그 육지가 마치 지옥과 같은 곳이라면 어떨까? 그 육지를 탈출하고 싶은데 감시는 삼엄하고 그곳을 탈출할 수 있는 배도 없는 상황이라면 해안가에서 바다 쪽으로 휩쓸려나가는 이안류야말로 자유를 향한 유일한 탈출구가 될 것이다. 엉뚱한 발상이라 치부할 수 있겠지만 놀랍게도 이안류를 이용해서 자유를 향한 처절한 몸부림을 쳤던 한 사람이 있다. 바로 빠삐용이다.


빠삐용은 영화를 통해 일반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1973년 프랭클린 J. 샤프너 감독의 작품 ‘빠삐용’은 살인죄의 누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몇 번의 시도 끝에 마침내 탈출에 성공하는 프랑스의 무기수 앙리 샤리엘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프랑스어로 나비가 빠삐용(papillon)인데, 그의 가슴에 나비 문신이 있어서 ‘빠삐용’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빠삐용은 친구 드가와 함께 여러 차례 탈옥을 감행한다. 그때마다 탈옥에 실패했고, 그들은 결국 탈옥이 불가능해 보이는 섬으로 끌려간다. 악마의 섬이라 부르는 섬 근처에는 상어가 우글거리고 파도가 너무 심했기 때문에 탈출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그러나 빠삐용은 끊임없이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를 바라보며 자유의 그날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았다. 그는 날마다 해안 절벽에 앉아 섬으로 밀려오는 파도를 바라보며 탈출할 방법을 찾는다. 그리고 마침내 거칠게 출렁이는 파도 속에서 자신에게 아주 유리하게 작용할 ‘규칙’을 발견한다. ‘이안류’가 그것이다.


빠삐용은 파도를 바라보며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결과 파도가 일곱 번의 주기로 바뀌며, 그중 가장 강한 일곱 번째 파도가 칠 때 그 이안류를 타고 섬 바깥으로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영화는 코코넛 자루를 타고 망망대해로 사라지는 빠삐용의 모습을 잠시 보여주며 다음과 같은 내레이션으로 끝을 맺는다.

“빠삐용은 자유를 얻었다. 그리고 여생을 자유의 몸으로 살았다. 이 악명 높은 기아나의 감옥도 그를 굴복시키진 못했다.”


빠삐용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발견했던 것이 이안류의 규칙이었다. 악마의 섬 쪽으로 늘 거칠게 다가오는 파도 속에서 일곱 번째마다 발생하는 이안류의 법칙을 발견하고, 그 규칙에 몸을 실어서 빠삐용은 드디어 악마의 섬을 탈출하여 자유를 얻게 되었다.

 

 

 

 

 

나 여호와는 해를 낮의 빛으로 주었고 달과 별들을 밤의 빛으로 규정하였고 바다를 격동시켜 그 파도로 소리치게 하나니 내 이름은 만군의 여호와니라 내가 말하노라 이 규정이 내 앞에서 폐할진대 이스라엘 자손도 내 앞에서 폐함을 입어 영영히 나라가 되지 못하리라 (예레미야 31:35~36)

 


낮과 밤과 바다의 파도 치는 것을 규정 즉 규칙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학창시절에 배웠던 기억을 되살려보면 지구와 달의 인력으로 밀물과 썰물이 발생한다. 그로 인해 파도가 치는 것이다. 이것을 성경에서는 규정이라고 하였고, 또 규례라고 하였다.

 

 

천지가 주의 규례대로 오늘까지 있음은 만물이 주의 종이 된 연고니이다 (시편 119:91)

 


빠삐용이 발견한 이안류의 규칙은 바다를 격동시켜 파도를 일으키시는 하나님의 역사(役事)이며 천지의 규례다. 이안류의 규례가 빠삐용에게는 자유의 세계로의 탈출구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는 범죄한 천사들의 감옥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는 하늘에서 죄를 범하고 이 땅으로 쫓겨났다. 형무소인 이 땅에서 살아가며 인생들은 죄의 사슬을 풀지 못한 채 사망의 두려움에 매여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형수들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연약한 육체에는 서서히 질병과 가난과 고독이 깃든다. 사망의 두려움이 조여오는 불안하고도 절망적인 상황에서 인생들에게 영원한 자유의 세계로의 탈출구는 어디에 있을까?


하나님께서 해와 달과 파도에게 규정과 규례를 허락하셨다. 낮과 밤이 번갈아 임하면서 인생들에게는 일자와 연한이라는 규칙이 정해진다. 악마의 섬으로 들이치는 수많은 파도 중에서 특별한 이안류의 규칙이 있었던 것처럼 인생들에게 임하는 많은 일자와 연한 중에서 하나님께서는 특별한 규칙인 일곱째 날 안식일과 유월절을 비롯한 하나님의 절기를 규례로서 허락하셨다.

 

 

너희는 나의 안식일을 지키며 나의 성소를 공경하라 나는 여호와니라 너희가 나의 규례와 계명을 준행하면 내가 너희 비를 그 시후에 주리니 땅은 그 산물을 내고 밭의 수목은 열매를 맺을지라 … 너희가 음식을 배불리 먹고 너희 땅에 안전히 거하리라 (레위기 26:2~5)


예수께서 그 자라나신 곳 나사렛에 이르사 안식일에 자기 규례대로 회당에 들어가사 성경을 읽으려고 서시매 (누가복음 4:16)


이것이 여호와의 유월절이니라 … 너희는 이날을 기념하여 여호와의 절기를 삼아 영원한 규례로 대대에 지킬지니라 (출애굽기 12:12~14)

무교절의 첫날에 제자들이 예수께 나아와서 가로되 유월절 잡수실 것을 우리가 어디서 예비하기를 원하시나이까 … 제자들이 예수의 시키신 대로 하여 유월절을 예비하였더라 (마태복음 26:17~19)

 



영원한 자유의 세계로 향하는 모든 것이 사방으로 막혀있고, 사망이 지배하는 이 외딴 행성 지구에서 하루하루 삶의 파도가 들이치고 있다. 사방이 가로막힌 절망의 섬으로 들이치던 파도에 그 섬을 탈출할 수 있는 이안류의 규칙이 있었던 것처럼 이 절망적인 세상에서 영원한 자유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안식일과 유월절 등의 규례와 법칙을 알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기쁘고 놀라운 일인가?


빠삐용은 이안류의 규칙에 몸을 맡겨 자유의 몸이 되었다. 하나님의 자녀들인 우리는 일곱째 날 안식일과 유월절을 비롯한 하나님의 절기에 우리의 몸을 맡기면 될 것이다. 그 특별한 규례와 법칙이 우리를 영원한 자유의 세계로 인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유의 나래를 펴는 그날을 소망하며 오늘도 나는 절기를 지키러 즐거운 몸부림을 치며 나비처럼 날아서 시온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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